AI웹소설/망종의 테이밍

망종의 테이밍 59화 | 웹소설 추천, AI 판타지 소설

이음02 2026. 9.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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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파동이 시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주변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단순한 마력 방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과를 뒤틀고 세계의 물리 법칙 자체를 부정하는 거대한 힘이었다.

[시스템 동기화: ‘무명의 기록자’ 자격 확인.]
[구역 재구성: 유적(遺跡)의 핵을 감지합니다.]

시우의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안개로 뒤덮여 있던 공간이 마치 유리창이 깨지듯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파편들은 허공에서 다시 조통되었고, 순식간에 황량한 돌기둥들이 늘어선 거대한 지하 통로로 변모했다.

“……!”

시우는 입술을 짓씹으며 숨을 골랐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가 차갑고 무거웠다. 단순히 지하실이라 느껴지는 기운이 아니었다.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고대 문명의 흔적이 응축된 '죽은 시간'의 무게였다.

그때, 시우의 손등에 끼워진 [낡은 가죽 장갑]이 뜨겁게 박동했다. 장갑 표면 위로 희미한 균열이 생겨나며 기계적인 문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대어 인식 모드 활성화.]
[주변 환경 정보 스캔 시작…]

시우는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석벽과 그 위를 흐르는 빛바랜 마력 회로들. 그것은 현재 에테르니아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체계로 설계된 구조물이었다.

‘단순한 유적이 아니야.’

시우는 직감했다. 이곳은 과거 어느 시점에 멸망했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구역이라는 사실을.

“누구냐.”

낮게 깔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심언’이 공간을 타격하며 멀리 있는 존재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동시에 공기가 일렁였다. 대지 밑에서부터 검_음(黑陰)이 치솟았다.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원초적인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뒤섞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이 영역을 장악한 '무명의 기록자'의 권능이 그들을 강제로 결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우 님, 저기……요.”

멀찍은 곳에서 에일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고결한 정령사로서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를 필사적으로 누르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공간 자체의 기운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폭되고 있어요. 마치 건물이 직접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시우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정령과 연결된 신경계가 시우에게 미세한 파동을 전달했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바닥에 새겨진 문자들이 푸른 빛을 내뿜으며 반응했다.

[발견: 고대 통신망 ‘에테르 가이아’의 잔재.]
[해석 중… 성공적.]

시우가 손을 뻗어 벽면의 거대한 비문을 만졌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방대한 정보가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소리였다. 비명도 노래도 아닌, 단절된 문명이 남긴 최후의 절규이자 기록이었다.

“이것은…….”

시우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번뜩였다. 벽면에 새겨진 비문이 순식간에 황금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꿈틀거리는 문자들이 회전하며 요동쳤다.

[공명 성공: 고대의 소통을 시도합니다.]

유적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돌덩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뒤틀렸고 주변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내려갔다.

“아……!”

에일린이 신음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녀를 호위하던 정령들도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빛무리로 흩어지려 했다. 시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가 손에 힘을 주자 장갑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에일린을 감싸 안았다. [심언]의 보호막이 그녀를 강제로 결속해 고정했다.

“움직이지 마.”

단호한 명령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인간 테이머가 아니었다. 이 영역 내에서, 그는 '기록자'였다.

비명이 몰아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우는 핵심을 파악해 나갔다. 문명의 종말과 사라진 신성(神性), 그리고 그들이 도달했던 금단의 경계까지.

그가 움켜쥔 것은 단순한 유물의 조각이 아니었다. 어떤 문명도 끝내 품지 못한 채 버리고 떠난 ‘신의 설계도’였다.

[숨겨진 방 비밀번호 해독 완료.]
[심층 구역 개방.]

두꺼운 석문이 거대한 소음을 내며 바깥으로 밀려났다. 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너머로 지금까지와 질적으로 다른 압도적인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생명체라기보다 하나의 현상에 가까운 권능이었다. 유적 깊숙한 곳, 시공간이 응축된 중심부에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저곳에…….”

에일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엇이 있는 건가요?”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이미 보이고 있었으니까. 유적 심장부에서 요동치며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고대의 정수'를.

하지만 동시에 그는 직감했다. 저것이 완전히 각성하는 순간, 이 유적뿐만 아니라 인근의 모든 마력 흐름이 뒤바뀔 것임을. 세상의 균형을 흔드는 경보음이 머릿속을 때렸다.

[경고: 성역의 법칙을 침범하는 존재 감지.]
[금기 구역 진입에 따른 ‘천벌(Heavenly Punishment)’ 카운트다운 개시.]

시우는 입매를 가늘게 떨며 미소 지었다.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전율이 일었다. 약자가 압도적인 힘 앞에 비굴해질 때 느끼는 공포가 아니었다. 강자가 예정된 운명을 제 손으로 꺾어버릴 때 느껴지는 환희였다.

“누구든 상관없다.”

시우가 앞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나를 막아 세울 수 있다면, 어디 한번 해봐라.”

그의 발밑으로 [심언]의 기운이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유적 심장부에서 푸른 빛을 토해내는 거대한 구체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알림: ‘성소(Sanctuary)’ 재가동 확인.]
[강제 동기화율 1%… 5%… 10%…]

공간이 요동치며 시우와 에일린을 가둔 방안에 불길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벽면 곳곳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형용할 수 없는 검은 그림자들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것들은 사수자였는가, 혹은 인과를 뒤트는 세상의 자정 시스템인가.

시우는 장갑을 낀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심연의 언어가 그의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며 서늘하게 감돌았다.

“이곳은 나의 영역이다.”

그 순간, 중심부가 폭발하듯 찬란한 광휘를 터뜨리며 유적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눈부신 섬광 속에서, 수십 개의 '눈'이 일제히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