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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의 테이밍 51화 | 웹소설 추천, AI 판타지 소설

이음02 2026. 8.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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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받치던 공간의 막이 유리창처럼 박살 나며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물질적 파손이 아니었다.
세계라는 직조물 자체가 뜯겨 나가는 소름 끼치는 비명에 가까웠다.

“……!”

시우는 손을 뻗어 공중의 파편들을 움켜쥐었다.
[심언(深言)]의 권령이 발동하며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허공에서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소리의 근원지가 반응했다.
하늘 높이 솟구친 균열이 구렁이처럼 꿈틀대며 거대한 압력을 뿜어냈다.

―누가…… 이 땅의 기록을 건드리는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단순한 파동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언어’였다.
그것은 세상의 법칙에 깊숙이 개입하는 금기된 권능의 잔향이었다.

[시스템: 현실 가동 범위를 초과하는 변칙성이 감지됩니다.]
[심연의 인장이 반응합니다.]

시우는 이를 악물며 기운을 집중했다.
뒤로 물러날 수 없다. 한 발짝만 물러나도 이 뒤틀림은 주변 마을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때였다.
거대한 공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콰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시우의 정면을 강타했다.
시우는 몸을 비틀며 밀려나지 않으려 지면을 움켜쥐었다. 발밑의 대지가 내려앉으며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

그것은 실체화된 존재였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연기의 형태였으나, 동시에 찬란한 황금빛 문양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기괴한 형상이었다.

[시스템: '경계의 감시자'가 강림합니다.]
[등급: 측정 불가]

“……그만해라.”

시우가 낮은 목소리 내뱉었다.
목소리에 힘이실렸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주위로 검은 파동이 요동쳤다.

“더 이상 선을 넘지 마라. 이 구역의 기록은 이미 내가 가져갔다.”

[심언(深言) - 진실의 규명]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검은 파장이 적을 향해 뻗어 나갔다.
공격이 아니었다. 정의였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가진 정보를 강제로 ‘확인’시키는 권능이었다.

*콰르릉!*

검은 연체와 정면으로 충돌한 파동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먼지 구름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

먼지 속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고결하고 투명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신비로운 푸른빛 눈동자가 공허하게 울부짖는 대지를 훑었다.
은백색 머리카락이 바람도 없는 공간 속에서 부드럽게 휘날렸다.

그녀는 시우가 발휘한 권능과 소통하며 강제 소환되었거나, 차원의 파동에 이끌려 이곳으로 떨어진 정령사였다.

“……당신입니까?”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비단결을 찢는 듯 날카롭고 우아한 음성이었다.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낡은 가죽 장갑을 낀 채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시우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령사. 그것도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른 고결한 혈통의 존재.
하지만 지금 그녀의 표정은 당혹감과 공포로 일렁이고 있었다.

“어떤 힘으로 이 붕괴하는 경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냐.”

여인의 물음에 시우는 답 대신 한 걸음 내디뎠다.
대지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의 파편들이 추락하며 지면을 타격했다.

시우는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펼친 ‘심언’의 힘이 세계의 방어 기제를 건드린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벽을 허물고 침입한 저 여인은 단순한 조난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소란을 감지하고 온 수호자거나, 혹은 다른 차원의 결손부위로부터 흘러 들어온 관찰자였다.

“여기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

시우의 건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었다. 그가 발산하는 '심언'의 위압력이 여자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차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고 내가 대답하기 전에, 이 공간은 소멸할 것이다.”

여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녀는 시우를 감싸고 있는 검은 기류를 보았다.
일반적인 테이머의 마력과는 달랐다. 무언가를 집어삼키고 재구성하는, 금단의 영역에 도달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권능의 흔적이었다.

“당신의 정체는…… 누구냐? 사도인가, 아니면 배신자인가?”

여인이 손을 뻗었다.
수십 개의 푸른 빛 결정체가 그녀 주변으로 소환되었다. 정령들을 불러모으는 호령이었다.

시우가 차갑게 미소 지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입꼬리를 뒤틀며 보내는 일종의 경고였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시우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낡은 가죽 장량] 속에서 고대의 황금색 문자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나를 방해한다면, 너 또한 이 소멸의 파도 속에 휘말리게 될 거다.”

순간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 사이의 마력이 충돌하며 선명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정령사 에일린과, 사도의 힘을 빌린 테이머 한시우.

하나는 공간을 지키려 왔고, 다른 하나는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버티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면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에일린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눈동자가 더욱 푸르게 타오르며 그 뒤로 성채 형상의 결계가 펼쳐졌다.
정령들이 응집하여 만들어낸 견고한 벽이었다.

시우 역시 반응했다.
검은 장갑이 기운을 압축하며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뱉었다.

[심언 - 단죄(斷罪)]

지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 존재가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때, 하늘에서 떨어진 커다란 파편 하나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었다.
거대한 마석(魔石) 덩어리가 중력을 무시하며 두 사람 사이를 향해 박히기 시작했다.

“그건…!”

에일린이 비명을 질렀고, 동시에 시우의 눈동자도 가늘게 흔들렸다.

진동과 같은 충격파가 감각을 마비시켰다.
사고가 아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누군가가 강제로 개입하려는 듯한 위압감이 엄습했다.

콰앙—!

천지를 울리는 폭음과 함께 지반이 함몰되었다.
먼지와 자갈 속에서 거구의 형체가 몸을 일으켰다.

인간의 형태였으나 살결 대신 견고한 판금 갑옷으로 온몸을 휘감은 괴물이었다.

[시스템: '침입자'의 기운이 관측됩니다.]
[경보: 외부 세력이 좌표를 특정하였습니다.]

시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은 승리의 예감을 담은 미소였다.

“왔군.”

먼지 구름 너머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