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웹소설/망종의 테이밍

망종의 테이밍 53화 | 웹소설 추천, AI 판타지 소설

이음02 2026. 9. 1. 07:00

selected_53.epub
1.30MB
selected_53.md
0.01MB
selected_53.pdf
2.68MB
selected_53.txt
0.01MB

 

쾅!

한시우 앞에 펼쳐진 마력 파동이 지면을 강타했다. 폭사하는 충격파가 주변을 휘감았으나 시우는 밀려나지 않았다. 아니,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심언(深言)]

그의 입술에서 낮은 음절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날것 그대로 쏟아지던 마력의 파동이 마치 투명한 벽에 부딪힌 듯 기묘한 소리를 내며 굴절되었다.

콰아앙!

파동은 흩어졌고, 시우를 보호하듯 형성된 보이지 않는 영역이 고정되었다.
그녀는 목격했다.

‘저건… 정통적인 방식이 아니야.’

에일린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녀가 배운 테이밍은 언제나 ‘공명’과 ‘조화’였다. 계약자와 대상이 서로를 이해하며 부드럽게 하나로 엮이는 과정. 하지만 시우가 보여주는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결의 힘이었다.

그것은 조율이 아니었다.
강제로 굴복시키는 통제, 혹은 세상의 법칙을 비틀어 자신의 의지를 주입하는 ‘강림’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무슨…?”

에일린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시우가 손을 뻗은 방향에서 마력 가닥들이 촉수처럼 변해 휘감겼다. 그것들은 단순히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침입자의 의지 자체를 짓누르며 거부권조차 박탈하고 있었다.

그것이 시우가 도달한 [심언]의 경계였다.

먼지구름 속에서 기괴한 형체를 한 개체가 신음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성인 남성 세를 합친 것보다 거대한 덩치에 날카로운 가시가 뒤덮인 마수였다. 그것은 공포를 느끼는 듯했다. 시우의 영역에 들어선 순간,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는지 몸을 비틀며 포령했다.

키에에에액!

마수의 포효와 동시에 지면이 파열되며 거대한 충격파가 솟구쳤다. 하지만 시우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그는 가죽 장갑을 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심연의 언어 - 고착(固着)]

시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기가 얼어붙고, 마력의 흐름이 그 지점에서 완전히 고정되었다.

“움직이지 마라.”

짧고 간결한 명령.
그것은 단순한 말 한마디가 아니었다. 세계에 내리는 절대적인 규칙이었다.

*쿠르르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대지가 울리고, 돌진하던 마수의 사지가 허공에서 멈췄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물리적 법칙 자체가 거부당한 상태였다.

에일린은 숨을 들이켰다.
정령사로서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시우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정제된 마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의 근원을 강제로 일그러뜨려 끌어온 ‘진실’의 힘이었다.

그것은 고결한 사제들의 방식이 아니었다.
버림받은 자들이 생존을 위해 택한, 가장 거칠고도 강력한 정복의 언어였다.

시우가 한 걸음 내디뎠다. 가죽 장갑 너머로 푸른 안개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네놈의 존재는 이 영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시우의 손바닥이 마수의 심장부를 향해 느릿하게 휘둘러졌다. 단순한 일격이었으나 그 끝에는 '심언'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파지직!

마수형체의 몸에 균열이 갔다. 유리알이 깨지듯 육신을 구성하는 마력 체계부터 부스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우는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적의 방어 기재를 분쇄하고 있었다.

에일린은 경악하며 입술을 떨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명문가 자제들의 테이밍을 지켜보았다. 예절을 갖추고 계약 조건과 합의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방식들.

하지만 저 남자는 달랐다.
저것은 테이머의 권능이라기보다 신(神) 혹은 군주가 사도를 다스리는 명령에 가까웠다.

[특이점 인식: 대상 ‘한시우’의 테이밍 기법이 기존 법칙을 이탈함.]
[변종 테이밍 - 심연의 언어 체계 확립 중…]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오직 시우만이 볼 수 있는 변화였지만, 그 파동만큼은 에일린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느꼈다. 저 남자가 걷고 있는 길이 얼마나 위험하고 독창적인지를.

시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지금 적과의 싸움뿐만 아니라 세계가 설정해놓은 '한계'와 맞서고 있었다.

*콰앙!*

마수의 사지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노란 빛이 터지며 마수였던 존재가 가루처럼 휘산했다. 그 파괴의 흔적은 단순한 물리적 소멸에 그치지 않았다. 마수가 품고 있던 오염된 기운까지 말끔히 지워내며 사라진 것이다.

“…하아, 하아.”

시우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권능 발휘의 대가는 작지 않았으나 그는 만족했다. 이번 시도에서 [심언]이 마수의 근원을 정확히 타격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우드득, 우드득.

시우가 서 있던 지면 너머, 차원이 뒤틀린 틈새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마수의 것이 아니었다. 질량감이 느껴지는 어떤 거대한 존재가 지면을 긁으며 다가오는 소리였다.

“…!”

에일린이 고개를 돌렸다.
먼지구름 속, 방금 전 마수를 파괴했던 자리 가장 깊숙한 곳에서 검은 안개가 울컥이며 쏟아졌다.

그곳에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
방금 전보다 세 배는 더 큰 중량감을 가진 무언가가 대지를 움켜쥐고 일어섰다.

단순한 마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심연'의 허락 아래 기어 나온 진정한 재앙이었다.

시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장갑에 서린 힘을 더욱 강하게 압축했다.

[심언: 인식.]

시우가 침묵 속에 속삭였다.
이제 단순한 소멸로는 부족하다.

먼지 너머로 괴물의 눈이 번뜩였다.
놈은 시우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공포와 증오가 뒤섞인 섬뜩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대지에 서린 모든 생명을 집어삼킬 듯한 위압감과 함께 문이 열렸다.

“찾았다….”

안개 너머 들려오는 것은 짐승의 포효가 아니었다.
언어를 잃어버린 고대 종족이 내뱉는 것 같은, 불쾌하고도 소름 끼치는 중얼거림이었다.

시우는 이를 악물며 검은 기운을 완전히 개방했다.
지면이 흔들리고 하늘의 구름이 거꾸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것이야말로 시공간의 균열을 타고 넘어온 진짜 ‘침입자’였다.